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출근하자마자 팀장은 일을 재촉하지, 감기기운에 머리는 어질어질. 그와중에 구청에 다녀왔다며 오빠한테 연락이 왔다. 신경쓸 겨를도 없이 회의에 들어갔다. 오후에 휴게실에서 잠깐 오빠를 만나려던 계획은 물건너간지 오래. 약기운에 일하다 실수할까 약도 못먹고 퇴근할 시간만 기다리는데 그럼 그렇지. 이미 6시를 훌쩍 넘긴 시간인데도 팀장이 일거리를 던져준다. 짜증과 두통을 꾹꾹 누르며, 겨우겨우 퇴근을 했다.
근데, 나 오늘 혼인신고 한 날인데.
로망 가득한 순간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보내기엔 서러워 퇴근하던 오빠를 잡고 맥주를 마시러 갔다.
정신차리고 앞을 보니 치킨을 먹으며 좋다고 웃는 남자가 앉아있었다. 이제 빼박 유부남인데, 후회 안하냐 물었더니 제 손으로 혼인신고서를 내고왔지만 당황스럽단다.
그래도 어쩌겠어. '진짜' 부부가 된걸.
아파죽겠고, 힘들어죽겠지만, 마냥 해맑은 저 남자, 아니 내 남편 입에 치킨 한조각이라도 더 넣어주려 내일도 출근을 해야겠다.
근사한 저녁 식사도, 축하 케이크도, 설레는 마음도 없었지만.
그렇게 난 현실 유부녀가 됐다.
#빼박캔트 #officially #👫 #together

콩두 덕수궁길 본점
